나의 경험에는 반복이 있다. 같은 조건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, 그 반복에서 규칙을 찾을 수 있다.
과학은 관찰한 반복을 법칙으로 묶는다. 수학은 관계를 정교하게 표현하고, 전제에서 따라오는 결론을 밀어붙인다.
공리가 현실에서 성립한다면 그 결론도 현실에서 성립한다. 공리를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현실이 그 공리를 따른다고 할 수는 없다.
수학은 감각으로 그릴 수 없는 관계도 다룰 수 있다. 열여섯 차원의 공간을 눈으로 볼 수 없어도 수식으로 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. 그러나 수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.
나는 이 세상의 법칙을 모두 이해하는 일이 이론상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. 우리가 알아낸 법칙이 전부인지 확인하는 일도 이론상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. 그 과정에서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인지 알아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.
그러나 가능하다고 추정하는 것과 가능하다고 아는 것은 다르다. 지금의 나는 이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.